"시집을 내면서

거제 어느 카페에서
잘린 밑동 옆으로
연한 한 줄기의 생명이 자라나고 있었다.
모체는 연한 붉은 빛을 띠는
홍가시나무라는 걸 알았다.

그 수많은 비바람에도
버텨낼 수 있었던 그 근저에는
뿌리가 살아 있다는 것이다.

한 켠 벽과 벽의 경계 사이에서 자라는
생명의 경이와 연결되었다.
아마도 순간의 햇빛과 빗소리, 그 흐름이
뿌리에 신호를 보냈다고 볼 수 있다.

실타래 같은
섬유질을 뚫고
지상의 소식을 전하는 듯하였다

잘려나간 몸통은
과거일 뿐
다시 몸을 곧추세워
바람의 냄새를 맡고 있었다.

키 작은 홍가시나무는
부러움 없는
편안한 자세를 취했다.

인생살이도 이와 별반 다름이 없다.
내 근본을 잃지 않는 것,
그것이 삶을 지탱하는 힘이 된다.

2024년 6월

산들바람 국제 치유명상센터 북 카페에서 육관응 두 손 모음

원광대 원불교학과를 졸업하고 원광대 동양학대학원에서 종교학을, 원광디지털대 웰빙문화대학원에서 자연건강학을 전공했다. 원불교신문사 기자와 원불교문인협회 실무간사 등을 통해 현장의 소리를 전달하는 한편 문화에 대한 소명의식을 높였다. 1997년 원광대 채규판 교수의 추천으로 <문예연구>로 등단하면서 시에 대한 깊이를 더했다.

원불교 경남교구 사무국장과 원불교 부산교구 사무국장을 비롯 열린사회 희망연대 공동대표를 역임한 후 2013년 현재 원불교신문사 편집국장으로 재직 중이다. 저서로는 《정산종사의 원각가 연구》, 시집 《초록들판》과 《푸른 숨결의 높낮이》, 산문집 《햇살 한 줌의 행복》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