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경력의 이발사, 어느 가을날 이발소를 폐업한다.
맨몸으로 열심히 살았지만 그는 결국 마지막 머물 곳조차 얻지 못한다. 그의 세상은 가난하고, 병들고, 늙고, 쓸모없으면 머물 자리를 얻지 못하는 냉혹한 곳. 그는 저승에서조차 고단하고 목마른 걸음을 쉬지 못한다.
남긴 것 없는 생. 기억해줄 사람 없는 죽음.
실패하면서도 하루에 또 하루를 버텨왔던 그는
그 자체로 대단한 존재가 아니었을까.
기억 속을 걷는 이발사에게 인생이란 무엇이었을까.

그림자밟기
가장자리 숲
구두의 서사
가시 숲에서
역행과 순행
식물성 통증
화려한 밤 거룩한 배팅
강을 건너는 사람
안내자들
눈발자국
제자리걸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