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전통공예는 오랜 세월 동안 뚜렷한 성별분업 구조를 형성해왔다. 신석기 시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공예품 제작 과정에서 여성들은 섬세하고 정교한 작업을 전담하면서도 그들의 노동가치는 저평가되었고, 기술 전수과정에서도 차별적 관행에 직면했다. 특히 고려청자의 상감기법, 조선 궁중의 자수기술, 민가의 명주짜기 등에서 여성들의 전문성과 기여도는 기록에서 삭제되거나 왜곡되어 전해져 왔다.

전통공예 분야의 성별분업은 단순한 작업 구분을 넘어 권력구조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었다. 조선시대 관요의 여성노동자 착취구조, 상의원 자수장인들의 위계질서, 사찰 불화제작의 성별화된 분업체계 등은 당대의 가부장적 질서가 공예생산 영역에 깊이 침투해 있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불평등한 구조는 임금체계, 기술전수, 사회적 인정에서의 차별로 이어져 여성 장인들의 성장을 제한했다.

근현대로 접어들면서 전통공예 분야의 성차별적 관행은 새로운 도전에 직면하게 된다. 방적공장 여성노동자들의 권리투쟁, 여성 도예가들의 독자적 작품활동, 전통공예의 현대적 재해석 시도 등을 통해 기존의 성별분업 구조가 서서히 변화하기 시작했다. 이 책은 발굴기록, 문헌자료, 구술증언 등 다양한 사료를 통해 전통공예 분야에서 침묵당했던 여성들의 역사를 복원하고, 현재적 의미를 재조명한다.

1. 고대 수공예품에 담긴 성별분업의 기원
2. 고려청자와 여성 도공의 숨겨진 역사
3. 조선 왕실 자수장인의 계급과 젠더
4. 백자 제작과 여성노동의 착취구조
5. 상감청자와 여성 장식공들의 기술
6. 승려장인과 비구니장인의 불화제작
7. 나전장의 딸들과 기술계승의 단절
8. 방적수공업과 여성노동자의 저항
9. 명주짜기와 여성들의 경제권
10. 사기장인과 아내들의 분업체계
11. 침선장과 여성 전문인력의 형성
12. 왕실 금속공예와 여성장인의 소외
13. 백자분원과 여성 인력관리 체계
14. 낙화장과 규방공예의 상품화
15. 갓일과 립장의 성별화된 분업
16. 유기장과 성별화된 도제교육
17. 자수와 목공예의 가치평가 차이
18. 장신구 제작과 여성 금속장인들
19. 근현대 여성공예가의 도전과 성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