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의 토착신앙 속에 면면히 이어져 내려온 여신의례는 가부장제 이전 여성의 종교적 권위와 사회적 영향력을 보여주는 중요한 문화적 자산이다. 구석기 시대의 여신상부터 신석기 농경문화의 지모신, 청동기 시대 여성 주술사의 존재는 한반도 종교문화의 근간에 여성성이 깊이 뿌리내리고 있음을 증명한다. 마고할미, 삼신할머니, 자청비, 바리공주 등 우리 신화 속 여신들은 창조와 생명, 치유와 지혜의 원형을 대변하며 여성의 영적 지도력이 역사 속에서 면면히 이어져 왔음을 보여준다.

조선시대 이후 무속신앙으로 전승되어온 여신의례는 가부장제 질서 속에서도 여성의 종교적 주체성과 공동체적 결속력을 유지하는 중요한 매개체였다. 산신할매, 용왕할매, 조왕신 등 자연과 생활 속 여신들은 여성들의 영적 권위와 의사결정권을 상징하며, 마을굿과 가택신앙을 통해 여성 중심 의례공동체의 전통이 이어져왔다. 특히 무당 세습제도와 굿의 치유의례는 여성 사제권과 전문적 종교성의 계보를 잇는 중요한 고리로 작용했다.

1980년대 이후 한국의 여신의례는 현대적 재해석과 부활의 과정을 거치며 새로운 의미를 획득하고 있다. 전통 풍류도의 여성 수행자들의 영적 실천이 현대 페미니즘 운동과 만나 창조적으로 재구성되고 있으며, 여신의례의 치유적 기능은 현대 심리치료의 관점에서 새롭게 조명받고 있다. 이 책은 고고학적 증거와 문헌 자료, 구술 기록을 통해 한반도 여신의례의 역사적 맥락을 추적하고, 현대 사회에서 여성의 종교적 주체성 회복을 위한 실천적 함의를 도출한다.

1. 원시 모계사회의 여신 숭배문화
2. 마고할미와 한반도 창세신화
3. 제주 여신들의 신화적 항쟁
4. 삼신할머니와 생명탄생의 의례
5. 바리공주 설화와 여성 샤먼의 힘
6. 선도산 산신할매의 영적 지도력
7. 지모신 숭배와 농경문화의 여신
8. 무당 세습과 여성 사제권의 계보
9. 칠성님과 여성의 운명 개척
10. 부족사회 여성 주술사의 위상
11. 용왕할매와 해양신앙의 여신들
12. 마을굿과 여성 공동체의 결속력
13. 가택신앙과 여성의 가정 수호권
14. 무속의례의 여성 치유 시스템
15. 天地 여신들의 우주적 질서
16. 풍류도와 여성 수행자들의 길
17. 현대의 여신의례 부활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