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이집트 문명의 시작과 발전은 나일강의 주기적 범람과 그로 인한 농업경제의 발전과 불가분의 관계를 맺고 있다. 기원전 5000년경부터 시작된 나일강 유역의 정착농경은 단순한 식량생산을 넘어 수리시설의 축조, 측량기술의 발달, 곡물저장 시스템의 구축으로 이어졌으며, 이는 결과적으로 세계 최초의 중앙집권적 관료제 문명을 탄생시켰다. 나일로미터를 통한 수위측정, 하르페도나프타이의 정교한 토지측량, 라메세움의 거대한 곡물창고 등은 이집트 문명이 이룩한 과학기술적 성과의 대표적 사례들이다.

나일강의 범람은 이집트인들의 시간관념과 세계관마저 형성했다. 아케트, 페레트, 셰무로 이어지는 특유의 삼계절 체계는 범람의 주기와 연동되어 있었으며, 나일강의 풍요를 상징하는 오시리스 신앙은 이집트 종교의 근간을 이루었다. 수로감독관 센엔무트의 기록이나 데이르 엘메디나 유적에서 발견된 파피루스 문서들은 당시 이집트인들이 나일강의 혜택을 극대화하기 위해 얼마나 체계적인 노력을 기울였는지를 생생하게 보여준다.

파라오 시대의 이집트는 나일강 유역의 비옥한 토지를 바탕으로 방대한 잉여생산물을 창출했으며, 이는 거대한 피라미드 건설을 가능케 한 경제적 토대가 되었다. 특히 중왕국 시대의 파이움 지역 개간이나 메네스왕의 대규모 수리시설 건설은 당시 이집트 농업경제의 발전상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더불어 누비아 노예들을 동원한 대규모 영농체제의 확립과 지중해 연안국들과의 활발한 곡물교역은 이집트를 고대 세계의 가장 강력한 경제대국으로 부상시켰다.

1. 생명의 젖줄 나일강과 문명의 새벽
2. 아카시아와 갈대의 땅 델타지역의 형성
3. 아크헤트와 페레트의 계절 구분
4. 구리 쟁기와 범람지 농법의 진화
5. 메네스왕의 수리시설 혁명
6. 멤피스의 수위 측정관들
7. 라메세움의 거대 곡물창고
8. 왕실 측량사들의 경계석 표시법
9. 초록빛 오시리스의 부활의례
10. 제국의 곡창 파이움 지역
11. 누비아 노예들의 대규모 영농
12. 운하감독관 센엔무트의 하루
13. 농부들의 마을 데이르 엘메디나
14. 파피루스에 기록된 수확량
15. 지중해를 건넌 이집트 밀
16. 건기의 위험과 재난극복 전략
17. 아몬신전의 수확감사제
18. 파라오의 토지와 백성들의 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