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세기 유럽의 지적 혁명기에서 시작된 인식론의 두 거대한 흐름인 합리론과 경험론의 대립은 현대 인공지능 시대에 이르기까지 인류의 사유 방식을 규정해왔다. 데카르트의 코기토에서 시작하여 라이프니츠의 단자론으로 이어지는 합리론의 계보와, 베이컨의 귀납법에서 흄의 인과성 비판으로 발전한 경험론의 맥락은 현대 과학기술의 근간이 되는 두 기둥으로 자리잡았다. 이 책은 이러한 철학사의 중요한 분기점들을 현대적 맥락에서 재해석하며, 갈릴레오의 망원경 혁명부터 양자역학의 관찰자 효과까지 과학사의 주요 사건들을 인식론적 관점에서 분석한다.

파스칼의 기하학적 정신과 로크의 경험주의가 뉴턴의 자연철학에 미친 영향, 라이프니츠와 클라크의 절대 공간 논쟁, 버클리의 타르 물방울 실험 등 역사적 사례들을 통해 두 철학적 조류의 충돌과 융합 과정을 면밀히 추적한다. 특히 칸트의 인식론적 혁명이 현대 컴퓨터 과학의 선구자 튜링의 사상에 미친 영향과, 폰 노이만과 괴델의 수학기초론 논쟁에서 드러나는 수학적 진리의 본질에 관한 논의는 독자들에게 새로운 통찰을 제공한다.

현대 과학기술의 발전은 인식론의 고전적 논쟁들에 새로운 차원을 더하고 있다. 신경과학의 최신 발견들은 생득관념과 백지설의 오랜 논쟁에 실증적 증거를 제시하고 있으며, 메타버스와 가상현실의 등장은 버클리의 존재론적 물음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게 한다. 이 책은 트롤리 문제로 대표되는 현대의 윤리적 딜레마부터 양자역학이 제기하는 관찰자의 역설까지, 첨단 과학기술 시대의 인식론적 문제들을 고전적인 철학적 논쟁의 틀 안에서 심도 있게 다룬다.

1. 이성과 감각의 대결이 시작되다
2. 데카르트의 코기토와 러셀의 반박
3. 파스칼의 기하학적 정신
4. 로크와 뉴턴의 지적 교류
5. 라이프니츠와 클라크의 논쟁
6. 버클리 감각론의 역설
7. 칸트와 튜링의 인식 혁명
8. 흄의 당구공 사건
9. 수학적 직관과 실험의 대화
10. 갈릴레오의 망원경 혁명
11. 공상과학에서 찾는 생득관념
12. 신경과학이 말하는 인식의 비밀
13. 양자역학과 관찰자의 역설
14. 윤리적 딜레마의 두 해법
15. 메타버스 시대의 인식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