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세기 스페인과 포르투갈의 식민지 개척 과정에서 시작된 중남미의 대농장 제도는 오늘날까지 이어지는 사회경제적 불평등의 근원이 되었다. 잉카제국의 공동체적 농업체계가 무너진 자리에 들어선 아시엔다 체제는 원주민의 토지를 수탈하고 강제노동을 제도화했으며, 포르투갈의 세스마리아 제도는 브라질에서 소수 지배계층의 토지독점을 합법화했다. 이러한 식민지 시대의 유산은 독립 이후에도 중남미 사회의 구조적 모순으로 작용했다.

19세기와 20세기를 거치며 중남미의 대농장 제도는 더욱 복잡한 양상을 띠게 된다. 쿠바의 사탕수수 농장, 과테말라의 바나나 농장, 콜롬비아의 커피 농장 등에서는 아프리카계 노예, 중국인 계약노동자, 일본인 이민자 등 다양한 인종적 배경을 가진 노동력이 유입되었다. 이는 메스티소, 물라토, 촐로 등 복잡한 인종적 혼혈 계층의 형성으로 이어졌으며, 각 지역의 독특한 문화적 정체성을 만들어냈다.

20세기 중반 이후 중남미 각국에서는 불평등한 토지소유 구조를 개혁하려는 시도가 이어졌다. 과테말라의 아르벤스 정부, 칠레의 아옌데 정부 등이 추진한 토지개혁은 비록 군사쿠데타로 좌절되었지만, 코스타리카처럼 소규모 자작농 중심의 발전 경로를 통해 안정적인 중산층 사회를 이룩한 사례도 존재한다. 이 책은 500년에 걸친 중남미 대농장 제도의 변천 과정을 19개국의 구체적 사례를 통해 살펴보며, 오늘날 중남미 사회가 직면한 문제의 역사적 기원을 탐구한다.

1. 아시엔다의 탄생과 잉카제국의 몰락
2. 포르투갈의 세스마리아와 브라질 토지독점
3. 아시엔다도의 권력과 메스티소 계급
4. 멕시코 푸에블라 농장주와 교회세력
5. 베네수엘라 카카오 대농장의 흑인노예제
6. 쿠바 사탕수수농장과 중국인 노동자
7. 과테말라 바나나 농장과 노동운동
8. 페루 면화대농장과 일본인 이민자
9. 아르헨티나 목장주와 가우초 문화
10. 콜롬비아 커피농장과 폭력의 시대
11. 볼리비아 광산주와 촐로 계급
12. 파라과이 예르바마테 농장의 노예제
13. 에콰도르 카카오왕과 자유주의 혁명
14. 니카라과 커피엘리트와 소모사 왕조
15. 온두라스 바나나 회사와 철도건설
16. 도미니카 사탕수수와 아이티 이주민
17. 칠레 포도농장과 토지개혁 실험
18. 우루과이 목축업과 영국 자본
19. 코스타리카 커피농장과 중산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