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세기 중반 포르투갈의 아프리카 진출로 시작된 대서양 노예무역은 근대 세계 경제 체제의 근간을 형성한 역사적 사건이었다. 엘미나 성채를 시작으로 아프리카 해안을 따라 건설된 무역 거점들은 다호메이, 아샨티, 콩고 왕국 등 아프리카 내륙 세력들과 긴밀한 거래 네트워크를 구축했고, 이는 매년 수만 명의 노예들이 대서양을 건너는 체계적인 인신매매 시스템으로 발전했다. 특히 영국 왕립 아프리카 회사의 설립과 함께 본격화된 삼각무역은 브리스톨과 리버풀 같은 항구 도시들을 중심으로 확장되었다.

바베이도스와 자메이카의 사탕수수 농장, 버지니아의 담배 농장은 아프리카 노예들의 강제 노동으로 유지되었고, 이들이 생산한 원자재는 다시 유럽으로 수출되어 산업혁명의 원동력이 되었다. 브룩스호로 대표되는 당대 최첨단 노예선들은 조선공학의 발전과 함께 더욱 많은 노예를 운반할 수 있게 설계되었으며, 중간항로에서 발생한 질병과 사망에 대한 의료 기록은 당시의 비인간적 운송 조건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아프리카에서 강제로 이주된 노예들의 문화와 종교는 카리브해 지역에서 새롭게 변용되어 부두교와 산테리아와 같은 독특한 문화 형태로 발전했다.

노예무역은 유럽과 아메리카의 산업화를 촉진했지만, 동시에 아프리카 사회의 붕괴를 초래했다. 베냉 제국의 몰락이 대표적 사례이며, 이는 아프리카 대륙 전체의 인구 구조와 사회 질서를 근본적으로 변화시켰다. 아이티 혁명과 자메이카 마룬 공동체의 저항은 노예제에 대한 강력한 도전이었고, 결국 19세기 노예무역 폐지로 이어졌다. 그러나 노예 소유주들에 대한 막대한 보상금 지급과 계약노동 제도의 도입은 식민지 착취 구조를 또 다른 형태로 지속시켰으며, 이러한 역사적 유산은 현대 사회의 인종 차별과 경제적 불평등의 근원이 되었다.

1. 포르투갈의 첫 노예무역과 엘미나 성채 건설
2. 아프리카 왕국들의 노예 공급 체계
3. 왕립 아프리카 회사의 독점과 경쟁
4. 잔카 여왕의 저항과 노예해방 운동
5. 바베이도스와 자메이카의 사탕수수 농장
6. 브리스톨 상인들의 무역 네트워크
7. 조선공학의 발전과 노예선 설계
8. 중간항로의 질병과 의료 기록
9. 아프리카 종교의 카리브해 전파
10. 랭커셔 면직물 공장의 성장
11. 베냉 제국의 몰락과 사회 변동
12. 아이티 혁명과 노예해방의 시작
13. 마룬 공동체의 형성과 저항
14. 노예무역 보상금과 식민지 재편
15. 대서양 노예무역의 유산과 배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