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의 역사는 불과 함께 시작된 공동 식사의 역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호모 에렉투스가 불을 발견하고 함께 음식을 나누어 먹기 시작한 순간부터, 인류의 뇌는 더욱 발달했으며 사회적 유대는 강화되었다. 그리스의 심포지엄에서 시작된 철학적 토론, 로마의 콘비비움을 통한 정치적 동맹 형성, 중세 수도원의 침묵 식사를 통한 영적 수행에 이르기까지, 식사는 단순한 영양 섭취를 넘어 문명과 문화를 발전시키는 근간이 되어왔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공동 식사는 공동체의 결속과 문화 발전의 핵심 동력이었다. 송나라 문인들의 다회와 조선 사대부의 다향은 예술과 사상의 교류장이 되었으며, 파리의 카페는 혁명의 불씨를, 영국의 펍은 노동자 연대의 구심점을 제공했다. 유대교의 세데르와 기독교의 애찬식은 종교 공동체를 하나로 묶는 구심점이 되었고, 지중해 연안의 전통 축제는 마을 공동체의 정체성을 강화하는 매개체가 되었다.

현대 사회에서도 공동 식사는 새로운 형태로 진화하며 공동체적 가치를 이어가고 있다. 도시의 공유부엌은 새로운 형태의 커뮤니티를 만들어내고, 먹방 크리에이터들은 가상공간에서 전 세계인들과 식사 경험을 공유한다. 팬데믹으로 인한 비대면 시대에도 화상 회식이나 메타버스 식사와 같은 혁신적 방식으로 식사 공동체의 전통은 지속되고 있다. 이 책은 선사시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식사를 매개로 형성된 다양한 공동체의 모습을 심도 있게 탐구하며 미래 식사문화의 방향성을 제시한다.

1. 불과 식탁이 만든 인류문명의 시작
2. 그리스 심포지엄과 철학의 탄생
3. 로마 콘비비움과 정치의 장
4. 수도원의 침묵식사와 수행공동체
5. 메디치가의 연회와 르네상스
6. 동아시아 다도와 문인들의 모임
7. 향촌의 두레와 민중의 협동정신
8. 파리의 카페와 혁명의 불씨
9. 영국 펍문화와 노동자 연대
10. 단체 회식과 일본기업의 성장
11. 식사의례와 종교공동체의 화합
12. 지중해의 축제와 마을공동체
13. 이민자들의 식탁과 정체성
14. 도시형 공유부엌과 새로운 공동체
15. 먹방 크리에이터와 식사문화 공유
16. 팬데믹과 공동체 식사의 변화
17. 미래 식탁과 공동체의 진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