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 마을은 역사가 남긴 신비로운 공간이자 과학이 담긴 지혜로운 공간이다.

근대 한국의 개발 신드롬을 생각하면 고대로부터 내려온 전통이 보존되기를 기대하는 것은 헛된 꿈이나 마찬가지다. 최소한 30~100여 호 이상의 마을에서 길, 외부 공간, 조경을 훼손 없이 보존하려면 개인이나 가족 차원의 노력만으로는 힘들기 때문이다. 그런 불가능할 것 같은 역경을 이겨내고 아직까지 과거 환경을 보존하고 있는 전통 마을들이 있음은 놀랄 만한 일이다.

과학이 있는 한국의 전통 마을이라는 것은 지속 가능한 장소라는 뜻이다. 그렇다면 어떤 곳이 그런 장소일까. 이중환이 『택리지』에서 제시한 주거지 선정의 기준은 자연 환경에 해당하는 지리地理, 지역 경제 기반으로서의 생리生利, 풍속과 공동체 의식 등 사회적 인자로서의 인심人心, 인간과 자연과의 심리적 조화를 강조한 휴양 공간으로서의 산수山水 등 4가지다. 홍만선은 『산림경제』에서 집터를 선정할 때는 반드시 지세의 기운이 모이고 전면과 배후가 안온한 곳을 가려야 한다고 기술했으며, 서유구는 『임원경제지』에서 정주지 환경 조건을 제시하면서 입지론과 토지 이용, 정관 등에 관한 규범적 원칙을 광범위하게 언급했다.

들어가는 말

一步. 외암마을 | 충남 아산군 송악면
용이 제 몸을 휘감아 꼬리를 돌아보다
[유연하고 상징적인 풍수지리]

二步. 도래마을 | 전남 나주시 다도면
세 갈래의 계곡물, 세 방향의 수로

三步. 강골마을 | 전남 보성군 득량면
대숲에 둘러싸여 신비감을 더하는 곳

四步. 낙안읍성마을 | 전남 순천시 낙안면
장군과 아가씨의 모습을 한 ‘중세 도시’
[왜 목조 건물에는 고층이 없을까]

五步. 다랭이마을 | 경남 남해군 남면
곡선 위 오선지를 닮은 680여 개의 논

六步. 남사마을 | 경남 산청군 단성면
지리산 깊은 곳에 자리한 ‘한국 전통 박물관’

七步. 개평마을 | 경남 함양군 지곡면
좌 안동 우 함양, 양반들도 맥을 못 춘다
[자연, 한옥에 깃들다] 206

八步. 황산마을 | 경남 거창군 위천면
큰땀과 동녘에는 누구의 흔적이 있을까

九步. 한개마을 | 경북 성주군 월항면
식당 하나 없는 ‘진정한’ 전통 마을

十步. 성읍마을 | 제주 서귀포시 표선면
돌하르방과 할망신, 불길에서 마을을 지키다
[초가집과 황토는 ‘금상첨화’] 296

주 3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