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만히 귀대고 들어보면 얼음장 밑으로 흐르는 물, 봄이 와요“
어린 시절 추운 겨울을 달래던 동요의 한 구절이 떠오른다.
나도 카메라 렌즈로 차가운 얼음장 속을 들여다본다.
그 속에서 다른 세상, 다른 봄을 보려고.
얼음속 깊은 곳에선 새로운 그림이 가득하다
특히 해빙이 시작되는 즈음에 그러하다
녹았다 얼었다를 반복하면서 생기는 얼음층의 빛과 그늘
개천 바닥의 돌무리나 낙엽 또는 부유물에 의해서
색감과 모양들이 여러 형태의 그림을 그리게 되는데
나는 그 그림에서 새 봄을 꿈꾸며 태동과 부화를 기약하는 생명체의
움직임을 본다.
때로는 식물성 때로는 동물성의 모습들,
꿈꾸는 동면의 몸짓이더니 어느 순간
주변부들이 서로 서로 손짓하고 있기도 하고
그것이 서로 연결지어 결합되기 까지의 과정도 보인다.

드디어 수정되고 잉태되는 모습
마침내 부화 탄생하는 모습.
그것은 그런 미시세계의 모습인 동시에
저 머나먼 천체의 모습과도 닮았다.
수없는 별들이 탄생하고 죽어가는 가이없는 세계
천체망원경 속에서나 짐작되는 거대한 우주의 질서.
자연속 형상이 변화 생성되는 현상에는 온 우주의 질서가 은유되어
있는 것일까.
물, 얼음,
형상과 사물이면서 생명현상인 그 아름다움에서
놀라운 자연의 드라마를 얼핏 훔쳐보는
가슴 설레는 순간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