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연 시인의 시편들은 깨끗한 마음과 유순한 마음에서 생겨난다. 관용과 하심에서 생겨난다. 그리하여 결박된 것을 느슨하게 풀어주고, 모자람이 있어도 이만하면 됐다고 다독거린다. 뿐만 아니라 시의 품속에 "새들과 나무와 꽃과 사람"의 우주가 있다. 시 속에 은은하게 미소 짓는 이 있다. 관음보살과 같은 그 미소에서는 산사의 맑은 풍경 소리가 난다.

송광사 가는 길
주암호 앞에서
천공
몰입
온기
상처
성큼
봄 햇살
봄표 아지랑이
기약한 일
발심
공양시간
고목

(중략)

코끼리 똥
시루성주
흉터
콩
욕하는 입, 거짓말하는 귀
출렁다리
내사, 그대 없어도
걱정
단상
오백년 팽나무
허공

해설/허형만
불교적 상상력과 생의 깊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