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여 년의 긴 세월을 살아 오늘까지 전해지는 향가는 신라 사람들이 지어 부른 노래로, 한자의 음과 뜻을 빌려 우리 말 식으로 표기한 향찰로 쓰인 우리나라 최초의 정형시이다. 향가(鄕歌)는 ‘우리나라’ 또는 ‘우리 고유의 것’이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신라인들이 중국의 시가(詩歌)와 구분하여 향가라고 부른 것이다.
현재 전해지는 향가는 『삼국유사』에 14수, 『균여전』에 11수가 전해온다. 이 책에서는 『삼국유사』에 실린 향가 14수에 「정과정곡」,「도이장가」를 더해 16수를 소개한다. 향가는 4구체, 8구체, 10구체의 일정한 형식이 있으며, 승려나 화랑들이 즐겨 부른 노래로 만들어진 배경설화가 있다.
향가에는 다양한 삶의 모습과 정서가 담겨 있다. 학창시절 고전문학을 배우면서 외우고 또 외우고 어렵고 부담스러웠지만, 국어시험시간에 문제를 풀고 남는 시간에 엎드려 지문으로 실린 「제망매가」,「찬기파랑가」 등을 되풀이 읽으며 감동을 느꼈던 기억이 있다. 한 줄 한 줄 곱씹듯이 반복해서 읽으면 그 시대 사람들의 애환이 또렷이 떠오르고 정서를 느낄 수 있다.
향가는 신라인이 부른 노래다. 고려 속요처럼 남녀상열지사와 같은 세속적인 감정을 노래한 것과는 달리 숭고한 이상, 신앙, 인간사에 대한 감정을 노래하거나 주술적인 작품도 있다. 내용 전개는 솔직 담백하다. 우울이나 한탄과 같은 부정적 정서는 찾아보기 힘들다. 향가의 내용이 다양하듯이 향가의 작자도 그 신분이 다양하다. 위로는 왕에서부터 아래로 승려와 일반 백성, 부녀자에 이르기까지 신라 사회 모든 구성원이 지어 불렀다.
이 책에서는 향가의 현대어역과 배경설화만 가려 실었다. 시집처럼 향가 자체를 부담 없이 읽고 음미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천년 전 신라인이 지어 부르고 현대까지 살아남은 노래가 여기 있다.

머리말
풍요
원왕생가
모죽지랑가
헌화가
원가
도솔가
제망매가
찬기파랑가
안민가
도천수관음가
우적가
처용가
혜성가
서동요
정과정곡
도이장가
해설-천년의 노래, 향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