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 『멍석』에는 한 시민이 겪어가는 우리의 현대사가 어여쁘게 삭혀져 있다. 지천명의 나이에 개롭게 확인하는 세속의 즐거움과 세파의 슬픔, 떠나온 곳들에 대한 그리움과 지나쳐온 것들에 대한 회한이 이처럼 정성스럽게 형상화되어 있는 것을 본 것이 얼마만인지 모르겠다. 그러면서도 이 시집은 지루하지 않고 즐겁다. 더구나 시의 행간 사이에서 묘한 가락이 산재하여 그 가락에 맞추어 콧노래라도 부르고 싶게 만들어준다.
이 말은 그의 시가 혼자만의 고독이라든가 비애에 대해 말하지 않고 늘 주변 이웃들과 사회 전체에 열려 있으며 그들과의 부대낌 속에서 시가 탄생되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 시인의 말

제1부

설원
김치찌개
재래시장
호박
산
흑산도 홍어
금잔화
봉인
인왕산
살쾡이
담쟁이의 역사
모년모일
삼이 형
청천백일
아침
우표에 관한 사설
우표
개똥벌레
꼬막
접

제2부

나그네
주정뱅이
남문시장 쌍과부집
능주역
석정리
대곡사
얼갈이배추
그 사람
부두
안동 시외버스 정류장
산골마을
소백산맥
희방역에서
연신내 로터리
사발가
영산홍
편린
물방앗간

제3부

아네모네
만추
미망의 시간
홍등가
작두
어머니의 종교
차돌
과녁
경상도 전라도
박화목 선생님
망초
지하철에서
갈대
낙원동의 슬픔
멍석
플라타너스
물
단풍 2
쇠뜨기

제4부

가리봉을 지나며
농아
형
갓길 1
갓길 2
갓길 3
FAX
남행열차를 타고
전투경찰
이별
편지
잠적
우작
마이너리티의 생존
능금나무와 손풍금
노래방 도우미
하역
성수대교
풍물놀이
겨울 화단에서
이 봄처럼 시작한다면

■ 해설 | 신산의 세월이 삭혀진 시 - 강형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