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독일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베르톨트 브레히트 시선집
1933년 5월 10일 밤, 독일의 수도 베를린 중심부에 위치한 베벨 광장에서 ‘분서 축제’가 벌어졌다. 말 그대로 축제의 분위기로 노래가 울려 퍼지고 구경꾼이 모여들었다. 나치당의 선전장관 괴벨스는 사람들 앞에 나서 ‘더러운 정신’들을 불 속으로 내던지라고 외쳤다. 이때 칼 마르크스, 지그문트 프로이트, 하인리히 만, 알버트 아인슈타인, 토마스 만, 베르톨트 브레히트 등 131명의 작가들의 책 2만여 권이 재로 돌아갔다. 참으로 아이러니한 것은 이 분서 만행을 주도한 것이 나치를 추종하던 대학생들과 교수들이었다는 것이다. 수만 권의 책이 피어올린 불꽃 앞에 선 이들의 모습은 권력에 굴종하는 지식인들의 모습을 단적으로 보여 준다. 그러나 끝까지 자신의 신념을 잃지 않고 탈선하는 조국을 향해 비판의 목소리를 낮추지 않은 지식인들 또한 존재했다. 불타 버린 책들의 작가들을 포함하여 이내 망명길에 오른 2천여 명의 독일 지식인들은 독일 학문을 세계로 전파하고 그곳에서도 연구와 저술 활동을 계속했으며, 세계를 떠도는 시련의 여행 속에서 많은 이야기와 발자취를 남겼다.
당시 히틀러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던 작가이자 ‘구두보다 더 자주 나라를 바꿔 가며’ 15년이 넘도록 세계를 떠돈 작가, 베르톨트 브레히트는 가장 유명한 망명 작가 중 한 명이다. 독일의 유대인 정치사상가 한나 아렌트는 브레히트에 대해 “그는 사람들이 감히 입 밖으로 내지 못하는 것을 말하고, 모두가 침묵할 때 침묵하지 않으며, 모두가 떠들어 대는 것에 대해서는 너무 많이 말하려 하지 않는 시인이었다.”라고 평했다. 부조리한 사회와 조국의 비극적인 현실에 대해 거침없는 비판을 쏟아내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았고, 자신의 예술이 대중을 계몽하는 데 쓰여야 한다고 생각했던 브레히트의 모습을 단적으로 보여 주는 문장이다.
브레히트는 15세 때 일기에 “나는 항상 창작을 해야 한다.”고 자신의 포부를 밝히고는 그로부터 타계하던 해까지 꼬박 43년 동안 희곡, 연극 미학, 산문 외에도 2,500여 편의 시를 썼다. 브레히트는 생전에 이미 성공한 극작가로 이름을 알렸으나, 그의 시는 사후에야 비로소 주목을 받았고, 이제는 20세기 독일 문학에서 가장 중요한 시인 중 하나로 꼽힌다. 『나, 살아남았지』는 독일 문학 번역가로 활발히 활동 중인 이옥용 시인의 번역으로 새롭게 탄생한 브레히트 시선집으로, 어두운 시대를 위태롭게 비추었던 날카로운 비판, 떠도는 삶 속에서 이어진 끝없는 고뇌, 이상적인 사회에 대한 열망 등 브레히트의 삶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44편의 시들을 선보인다.
독일 바이에른 지방에서 태어난 브레히트는 뮌헨에서 의학을 공부했고 1924년까지 군병원에서 복무했다. 이 시기에 첫 희곡『바알신』을 집필했고, 희곡『한밤중의 북소리』로 클라이스트 문학상을 수상했다. 1920년대 후반부터 마르크스주의를 접하면서 그의 반부르주아적 경향이 짙어갔는데, 독일 연극계에서 그의 작품 상연이 금지될 정도로 문학을 통해 자신의 사상을 피력했다. 연극은 관객으로 하여금 무대 위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존재를 믿게 하거나 동화하도록 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며, 연극이 현실이 아님을 상기시키는 여러 장치들을 고안했다. 이런 서사극 이론의 바탕 위에서『서푼짜리 오페라』,『마하고니 시의 흥망』,『에드워드 2세』등을 집필했다. 희곡뿐만 아니라 시 분야에서도 많은 양식과 서법을 능숙하게 구사했으며『노래, 시, 합창』,『스벤보르거 시집』등을 남겼다. 1955년 모스크바에서 스탈린상을 수상했다.
1부 베르톨트 브레히트의 가정 설교집
아펠뵈크 또는 들에 핀 백합 | 영아 살해범 마리 파라에 대해 | 세상의 친절함에 대해 | 위대한 감사의 송가(頌歌) | 마리 A.의 추억 | 물에 빠져 죽은 소녀에 대해 | 죽은 병사의 전설 | 유혹에 빠지지 마라 | 불쌍한 B. B.에 대해
2부 스벤보르 시편
독서하던 어떤 노동자의 의문점들 | 망명길에 오른 노자가 도덕경을 적어 주었다는 전설 |
분서(焚書) | 장군님, 장군님의 탱크는 견고합니다 | 후손들에게 | 할리우드 | 악마탈 | 나, 살아남았지
3부 어린이 십자군
1592년 울름 | 씻기 싫어하는 아이 이야기 | 우리 형은 비행사였어 | 시인과 철학자 | 악마 | 옛날 옛적에 | 옛 노래 | 겨울이면 창밖에서 새들이 기다리네 | 어린이 십자군 | 어린이들의 부탁 | 어린이 찬가
4부 부코브 비가
해결책 | 연기 | 차바퀴 갈아 끼우기 | 화원
5부 묘비는 필요 없다네
어머님께 바침 | 승객 | 당신들은 아무것도 배울 생각이 없다더라 | 시작의 기쁨 | 민주적인 판사 | 즐거움 | 질문 | 약점 | 이파리 하나 보내 줘 | 아침저녁으로 읽네 | 사랑에 대한 테르치네 | 묘비는 필요 없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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