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춤이 좋았고 춤추는 것을 천복이라 여겼던 사람들. 무대 위 인생은 화려했을지언정 무대 밖 생활도 화려하지만은 않았다. 기생이라, 광대라, 무당이라 무시당하고 놀림당할까 한평생 숨죽여 살았지만, 남다른 재주와 끼는 평탄한 삶을 쉬 허락하지 않았다. 춤은 그렇게 ‘거역할 수 없는 팔자’였다. 그들이 우리 기억 저편으로 사라지려 하고 있다.

춤은 공간의 예술이자 시간의 예술이다. 영상 속에 담으려 해도 그 느낌을 온전히 전할 수 없는 것이 바로 춤이다. 하물며 오로지 한 시대를 춤으로 견뎌온 우리 시대의 진정한 춤꾼들이 무대에서 보여주는 춤 공연은 극히 일부분일 뿐이다. 그들에게 춤은 어떤 의미에서 삶 그 자체였다. 춤밖에 몰랐고, 춤이 곧 삶이었다.

30인의 명무들은 운명 같은 태생의 비밀은 물론 자식에게도 말할 수 없었던 춤에 대한 집념과 열정, 남북 이데올로기에 희생당해야만 했던 회한 어린 과거, 다른 무용가들과의 반목과 마찰 같은 부끄러운 과거사까지도 거침없이 털어놓는다. 그들이 살아온 춤 길, 때로 영화보다 더 드라마틱하고 가슴 시린 이 이야기들이야말로 우리가 미처 몰랐던 굴곡진 우리 근현대사의 또 다른 얼굴이자 한국무용의 산 역사임을 이 책은 말해준다.

1. 해어화, 춤으로 피어나다
권명화, 권번 똥물 먹은 작은 거인
심화영, 거역할 수 없는 예가의 피내림
김수악, 강산 제일의 춤꾼
양소운, 탈놀음의 대가
조갑녀, 가슴속 숨겨놓은 '열아홉 춤'
장금도, 민살풀이춤의 마지막 전승자

2. 입무, 춤을 세우다
강선영, 한국춤의 르네상스를 이끌다
김백봉, 부채춤 꽃봉오리를 피우다
김문숙, '초립동' 문학소녀, 숨죽여 날다
한순옥, 국립무용단에서 행복을 수놓다
김진걸, 산조춤의 명인
이매방, 춤을 빚어 우주를 담다
권려성, 우리 춤의 해외 전도자

3. 춤의 본향, 동래 부산을 지키다
김덕명, 호방한 학춤의 황제
문장원, 마지막 동래 한량
김진홍, 하늘과 닿은 무심의 춤
김온경, 강태홍을 아시나요?
정무연, '춤추는 제비'의 고독한 날갯짓
엄옥자, 한려수도에 피어난 승전무

4. 남도의 춤맥을 잇다
최선, 호남살풀이 춤을 잇다
송준영, 남도의 춤 지킴이
박병천, 하늘과 소통하는 지상의 만가

5. 무의 도, 춤을 가르치다
전황, 마당춤 농악을 무대에 올리다
이근화선, 북녘의 애원성
배명균, 보이지 않는 춤의 배후
이미라, 춤으로 삶을 그리다
이흥구, 궁중무용의 마지막 교두보
최희선, 달구벌 춤의 길라잡이
이척, 춤의 백년을 꿈꾸다
이필이, 무학산의 혼을 적신 무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