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년대 이후 언어학에서 노암 촘스키(Noam Chomsky)만큼 막강한 영향력을 떨친 언어학자는 없다. '변형생성문법'을 비롯한 그의 언어이론은 '언어학의 혁명'이라고 표현될 수 있을 정도로 언어학계에 놀라운 전환점이 되었으며 언어학 그 자체를 부활시키고 지탱해 온 힘이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의 촘스키는 자신의 정치적 견해를 적극적으로 피력하는 진보 지식인으로서 더 많이 알려져 있고 최근 그의 저술 또한 이러한 부분에 좀 더 초점이 맞춰져 있다.

하지만 저자는 촘스키의 이러한 두 가지 면모를 어느 하나만 따로 떼어 이야기하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역설한다. 심도 있는 논의 없이 그저 '소비되는 촘스키'를 안타깝게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저자는 촘스키를 가장 객관적인 도마 위에 올리는 데서부터 시작한다. 그의 언어이론 중에서도 핵심들이 먼저 걸러졌으며, 여기에 촘스키의 정치비평 중 주목할 만한 대목들이 더해졌다. 특히 저자는 촘스키 이론과 사상의 본질에 다가가기 위한 이러한 시도가 나아가 서구 사상을 받아들이는 우리의 자세와도 연결된다고 믿고 있다. 단순히 한 지식인의 사상과 행동을 이해하는 일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자신의 문제의식을 개념화하고 구체화하는 데까지 이어지는 작업. 이제 새로운 사유가 필요하다는 저자의 호소가 도무지 가볍게 들리지 않는다.

촘스키는 누구인가?
언어학의 촘스키 혁명
이성주의 언어학과 보편문법
언어학에서의 갈릴레오식 연구방법
합리주의 언어학과 정치비평관
사회철학관과 계몽주의적 가치들
행동하는 진보지식인
촘스키의 평가와 현 시점에서의 의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