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으로는 해마다 수백 킬로미터의 터널이 건설되고 있고, 우리나라도 해마다 수십 킬로미터의 터널이 더해지고 있다. 터널은 단일 토목구조물로서 해마다 건설연장이 획기적으로 늘어나, 대표적 토목구조물로서의 기록을 매년 갱신하고 있다. 공간 부족문제에 대한 대응 및 갈등의 해소책으로서 터널과 지하공간의 확대는 앞으로 더욱 가속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상황이 시사하는 바는 대부분의 건설 분야 전공자들이 향후 직간접으로 터널과 지하공간의 계획, 설계, 시공 및 유지관리 업무를 접할 수밖에 없으며, 터널지식을 기초소양으로서 예비할 것을 사회와 산업이 요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터널이 대표적인 토목구조물 중의 하나로 대두되었음에도 터널교육은 답답한 수준이다. 터널 강의가 쉽지 않은 것은 두 번째 문제이고, 터널의 교육적 자원은 매우 빈약하다. 심지어 ‘터널’이라는 용어가 주는 이미지마저도 이 시대의 젊은이들에게 매력적인 터널 학습에 대한 관심을 떨어뜨리는 요인임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여러 터널 책이 있음에도 ‘가르치기가 쉽지 않다’는 불평의 근원이 어디에서 오는지 알게 되었다.

터널지식은 응용지질학, 고체역학, 토질 및 암반역학, 지하수 수리학 및 구조역학 등의 역학적 요소와 시공학, 기계 및 설비 관련 공학적 요소를 포함한다. 기하학적 경계의 불명확, 비선형 탄소성거동의 대변형문제, 구조-수리 상호거동, 지반-라이닝 구조상호작용, 굴착(건설) 중 안전율 최소 등이 터널역학과 공학의 대표적 특징이다. 이에 따라 터널의 형성 원리, 소성론, 비선형 수치해석 등 요구되는 선행학습의 양이 방대하고, 상당 부분이 학부 학습범위를 넘는다.

지식의 관점에서 터널의 형성 원리 및 터널거동이론인 ‘터널역학(mechanics)’과 터널의 계획, 조사, 굴착 및 지보공법 선정 그리고 경험을 포함하는 실무적 지식체인 ‘터널공학(engineering)’으로 구분할 수 있다. 터널지식을 역학과 공학으로 구분하면, 학습의 대상과 선후가 비교적 명확하게 정리된다. 이로부터 터널의 형성 원리와 거동의 직관을 제공하는 터널역학, 그리고 현장의 설계 및 시공 실무에 대한 전문가적 기초소양을 담는 터널공학의 학습체계를 제안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