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회와 시간


저자가 말한다. "후회를 강의한다는 것, 그것은 투명한 화장실에 앉아 볼일을 보는 것과 같다."
우리말로 철학하기라는 화두에 오래 골몰해온 저자가 철학논문의 형식을 타파하고 강의라는 비교적 자유로운 형식으로 젊은 철학도들을 향해 던지는 뜨거운 애정과 사유.

이 책의 본래 의도는 “서양의 성공”이 어디에 있는지를 철학의 측면에서 숙고해 보는 데 있었지만, 강의록에 실제로 정리된 내용은 “후회란 무엇인가?”라는 물음에 대한 대답들과 플라톤의 에르(Er) 이야기 분석이다. 저자가 자신(그리고 청강생들)의 실존적이고 현실적인 문제의식에 충실하려 했기 때문이다.

이 강의록은 흥미로운 사례들로 가득 차 있다. 늦잠을 자는 바람에 강의에 늦은 한 대학생의 예와 같이 저자가 자신의 일상적 삶, 즉 오늘날 한국인들의 삶 속에서 철학적 보기들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후회란 바로 자신이 이제까지 ‘보다 나은 삶’을 살아오지 못했다는 깨달음이자, 그 원인이 자신에게 있다는 고백이며, 앞으로 자신의 어리석음을 두 번 다시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결단이고, 따라서 자신의 현재 처지에서 어떻게 하면 ‘보다 나은 삶’을 살 수 있는지를 찾아 나서는 ‘길-닦음(修道)’이라고 저자는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