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산책에는 특별한 점이 있다.
그들이 쫓고 쫓기는 배경은 철거 중인 동네. 그는 자신이 누구인지 가족과 집은 어디인지 잊었다. 자신은 한 노인을 쫓고 있었고, 노인은 개를 쫓아가고 있다.
그는 왜 걷는지 이유도 모르고 그저 걷고 있었다. 만약 당신이라면, 그 자리에 멈출 것인가 아니면 가던 길을 멈추지 않고 계속 걸어갈 것인가.
주인공이 잃어버린 기억은, 단순한 기억이 아니라 그의 삶이었다. 그가 걸어왔던 길은 그가 평생 걸어온 인생이기도 했다. 소실점을 향해 걸어가는 구도자 같기도 하여, 읽는 내내 그의 산책길을 함께 걷는 듯하다.
노인이 되고 기억을 잃고, 생의 종말을 향해 천천히 걸어가는 과정을 이 이야기는 조금은 낯선 시선으로 담아냈다. 주로 어두운 소재로 쓰이는 죽음, 노인의 문제, 치매, 도심 재개발 등을 시적인 문장으로 담담하게 그려내고 있다.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에
첫 번째 기억
두 번째 기억
세 번째 기억
마지막과 처음의 기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