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아나는 떨리는 손으로 드레스를 벗고, 하이힐과 스타킹도 벗어던진 채 그대로의 모습을 거울에 비춰 보았다.
그녀는 자신의 이런 모습을 카레브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그리고 지금 느끼는 공허감을 메꾸어 달라고 하고 싶었다. 모든 일은 자신이 벌려 놨는데… 자신이 쳐 놓은 함정에 스스로가 빠져 버린 것이었다.
(중략)
안타까운 몸과 마음을 어떻게든 진정시키고 싶어서, 다이아나는 샤워실로 향했다. 뜨거운 물로 목욕을 하면 조금은 편해질 것 같았다.
그러나 잠자리에 누운 지 1시간이나 지나도 잠이 오질 않았다. 스탠드를 켜고 시계를 보니, 벌써 새벽 2시였다. 도대체 어찌 된 일일까? 이렇게 가슴이 아파오는 기분… 혹시 카레브를 사랑해 버린 걸까? 남편을? 다이아나는 당황해서 그 생각을 지워 버리려고 했지만, 카레브의 모습은 집요하게 눈앞에서 어른거렸다.
(중략)
카레브는 다이아나를 가만히 감싸안았다.
그 세찬 바람이 불던 날 밤에 싹튼 사랑이, 지금 바람 속에서 열매를 맺고 있었다. 사실 그날 밤에는 이런 미래가 있으리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못했었다. 이윽고 바람이 걷히고, 파란 하늘이 펼쳐질 것이다. 카레브와 함께 걸어갈 이제부터의 인생같이…

서문
1장. 어둠속
2장. 4월의 봄
3장. 금발머리
4장. 우정과 사랑
5장. 결혼식
6장. 상쾌한 테라스
7장 . 남자와 침대
8장. 사랑의 몸부림
9장. 사랑의 첫날밤
10장. 이상한 전율
11장. 정열적인 사랑
12장. 뜨거운 입맞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