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아니! 이게 공경곬짓 아즈마니 아니요?”
옆에 앉았던 여인의 눈이 등글해서 어머니의 손목을 붙든다.
“너 박촌짓 딸 아니가?”
어머니도 알아본다.
아래위 동네에서 살다가 만주로 들어가게 되어 서로 떨어졌던 고향 사람끼리 우연히도 여기서 만난다. 아들과 여인의 남편도 서로 알아본다.
“아, 이게 십 년 만이구나!”
감격한 악수가 손 안에 다정하다.
“아니 그런데 아즈마니, 어드케 여기서 만내요? 되따에선 원제 나오섰기?”
“참, 넌 어드케 여기서 만내네?”
“우린 지금 이북서 넘어와요. 살기가 너머 어려워서 듣는 말이 남이 도타구 그래 강원도루 가는 길이에요.”
“머이! 살기가 어려워? 우린 이북으루 가는 길인데…….”
“이북으루요? 아이구, 갈 념 마르우. 잘 사는 사람은 잘 살아두, 못 사는 사람은 거기 가두 못살아요. 돈 있는 다람 덴답과 집들을 다 떼슴 멀 허갔소. 없던 사람들이 당사들을 해서 그만침은 또 다 잡아놨는데……. 우리두 그런 당살(*장살)했음 돈 잡았디요. 우리 옥순이 아바진 그런 당사엔 눈두 안 뜨구 피익픽 웃기만 허디요. 그르니 살긴 어려워만 가구 좀 허면 그르케 힘든 국껑(*국경)을 넘어 오갔소?」

-작품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