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단순히 시어머니에 대한 험담을 구구절절 늘어놓은 모음집이 아니다. 정서적 차별과 언어적 폭력을 행사한 누군가를 비난하기 위해 또는 대중의 동정심을 유발하기 위해 쏟아 놓은, 어느 며느리의 독백도 아니다. 다름이 차이로, 차이가 틀린 것으로 인식되는 낯선 세계에서 마주해야 했던 쓰린 경험을 성찰하고, 기록한 한 개인의 성장기라 할 수 있다.

동양과 서양, 백인종과 유색인종, 프랑스와 한국, 모국어와 타자의 언어 갈림길에서 갈팡질팡했던 순간들, 거짓 미소로 어색함을 감추며 그들에게 자연스레 동화되길 원했던 순간들, 폭력적인 언어로 상처받은 정체성을 부여잡고 눈물 훔쳤던 순간들. 보이지 않는 경계에 자신을 가두고 허상(虛像)을 잡으려 발버둥 쳤던 순간들을 되짚으며 저자는 삶의 여정을 돌아본다.

그리고 세상 보는 법을 다시 배웠다고 고백한다. 소외와 차별의 아픔이 무엇인지, 언어폭력이 한 개인을 얼마나 피폐하게 하는지 알게 되었다고 한다. 아울러 다중의 언어와 혼종의 문화가 삶을 얼마나 풍요롭게 하는지, 넓은 세상과 접속하게 해 주는지 감지하게 되었다고 한다. 사회와 가족 구성원이 점차 다양하게 확장되고 있는 요즘, 저자의 진정성 어린 내러티브는 우리 미래 사회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저자소개
들어가며
1장. 한국: 같은 공간 다른 세계
남편과의 첫 만남
시어머니와의 첫 만남
한복은 안 입으마
신혼집 방해꾼
2장 프랑스: 알 수 없는 시집살이
시댁 홈스테이
시댁의 조찬
고열량 티타임
시댁에서 먹는 눈칫밥
마고의 이웃 방문
마고의 감시
병원 체험
출산 준비
출산기
출산 후기
육아법 마찰
누구나 이렇게 부모가 된다
3장 한국: 차이와 다름의 관계
다문화 가정의 일상
마고의 육아 간섭
예의 없는 사돈
식당 체험
한국 해삼
지하철 풍경
4장 홍콩: 다문화·다언어 미로에서 헤매기
언어 모자이크
그리운 나의 언어
한국 딸기
고기 먹지 마라
5장 한국: 우등과 열등 구분하기
아이의 다중언어 성장기 1
아이의 다중언어 성장기 2
개도 눈이 찢어졌구나
할머니 장례식
꿀빵의 위로
6장 캐나다: 아무 말 대잔치
너는 일 안 하니
가짜 불어
잔소리 릴레이
멸치는 먹는 거 아니다
외국 디저트
왜 고기를 안 먹니
참깨 토마토 꼬치
멜론으로 만든 과일 바구니
진짜 불어
7장 프랑스: 문명인과 비문명인의 경계
밥이 춤을 춰요
토끼는 맛있어
불어로 하는 김치 강좌
칼날을 품은 어휘들
공항의 기억
8장 대만: 차이와 다름이 선물이 될 수 있다면
낯선 동물들과의 동거
자연의 위안
형님의 방문 통보
중국어 입문
마고의 택배 상자
왈왈 멍멍 노우노우
언어의 선물
나가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