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없는 구도자의 여정
조석구(문학평론가·문학박사)
강한석 시인은 예향 마산 출생이다. 강 시인이 오산
에 정착한 지도 강산이 세 번 변하고도 다섯 해가 되는
35년이다. 이제 오산은 그의 제2의 고향이다.
그는 월간 『문예사조』로 등단하여 시집 『겨울에 피는
꽃』, 『영혼의 불을 켜고』, 『향수의 바다 밤마다 켜는 등
대』, 『차꽃 피는 아침』, 『푸른 별을 향하여』를 출간하였다.
강한석 시인은 오산대학교 법인 사무국 사무국장으로
정년 퇴직하고 제2의 인생을 개척하고 있다. 나는 그의
풍성진 삶을 늘 부러워하고 있다. 그는 다재다능한 팔방
미인 예술인이다. 특히 음악에 조예가 깊다. 그의 아들
은 클라리넷, 큰 딸은 피아노, 작은 딸은 바이올린, 그의
아내는 첼로, 그는 풀루트를 연주하는 음악 가족이다.
가족 음악 앙상블을 여러 번 공연한 기록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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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또 서양화를 열심히 공부하여 개인전을 수차례
개최하였으며 경기미술대전 특선의 영예를 안기도 하
였다.
나는 활화산처럼 타오르는 그의 뜨거운 열정에 박수
를 보내곤 하였다. 논어 태백 제8장에 흥어시興於詩 -
사람은 시에서 감흥을 얻고, 입어예立於禮 - 예에서 인
격을 갖추며, 성어락成於樂 - 음악에서 인생이 완성된
다고 하였다.
소동파는 시중유화詩中有畵 - 시 속에 그림이 있고,
화중유시畵中有詩 - 그림 속에 시가 있다고 하였다. 시
와 음악과 미술은 한 뿌리에서 탄생하였음을 알려준다.
그는 착실한 그리스천이다. 교회에서 장로라는 중책
을 맡고 있다.
어찌 그뿐인가. 또 그는 오산 문화예술인의 총사령관
오산 예총 회장을 맡고 있는 1인 3역의 슈퍼맨이다.
이번에 그는 여섯 번째 시집 『붉은 지붕』을 상재한다.
작품을 통독하고 ①두고 온 고향의 상실인식, ②기독
사상의 시적 원천, ③음악을 통한 자아 성찰, ④영원을
향한 시적 메시지를 읽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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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지붕이 정직하게 서 있고
작은 마당에 목련 나무가
담장 너머 어깨를 내리고 있다
봄이면 피었다가 겨울이면 쉬는 나무
진실하게 서 있다
따뜻한 바람, 검소한 햇볕이
반쯤 보이는 집안에 머물고 있다
맑은 빨래가 파아란 하늘로 숨을 쉬고
두레상에 수저는 건반 악기처럼 단정하다
작은 소리로 많은 얘기하는
색깔 모여 그림을 그리고 있다
붉은 지붕 바라보며
구름도 멈춰 섰다 간다
이제 교회를 가기 위해
새옷을 갈아 입고
햇볕 가득한 문을 나설 것이다
- 「붉은 지붕」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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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용된 시는 잘 빠진 작품이다. 이만큼 시를 얽어 짜
려면 수많은 수련과정을 거쳐야 한다. 붉은 색의 이미
지는 용기와 도전, 아픔과 환희를 함께 하고 있다. 지
붕은 꼭대기로 하강 이미지가 아니고 상승이미지다. 이
한 편의 시 속에 그의 인생 전부가 담겨 있다. 시가 있
고, 음악이 있고, 그림이 있고, 신앙이 있다. 봄의 전령
사 목련, 싱그러운 햇살, 깨끗한 빨래, 모여 있는 불빛
두레상이 있다.
구름도 멈췄다 가는 붉은 지붕의 집은 그의 길이며
꿈이며 이상이며 구도자의 길이다. 이 한 편의 시가 우
리 모두를 행복하게 한다.
햇볕 따뜻한 봄날 목욕재계하고 새 옷으로 갈아입고
하느님 말씀을 듣고자 교회에 가려고 문을 나선다. 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인간은 불멸의 정신을 소유한 유한한 존재이다. 그러
므로 인간은 고뇌와 환희를 함께 받아들이도록 태어났
다. 그러나 그 많은 사람들 가운데 몇몇 사람만 이 고뇌
를 통해 환희에까지 도달할 수 있다. 환희의 길은 아득
한 성자가 되기 위한 순례자의 길이기 때문이다.
버드란드 러셀은 말했다.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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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사람이다 라고.
시인은 언어의 감옥에 유폐된 이단자로 방황과 탐색,
끝없는 여정의 길을 하염없이 가야 한다. 시는 목숨에
대한 반성문이고, 한 시대의 파수꾼이며 인간의 고양된
정신으로 현현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 글의 성격상 여기쯤서 접어야 한다.
강한석 시인의 시는 조용하고 차분하다. 고고와 관조
를 향해 침잠하고 있다. 행간이 깊고 넓어 단단한 내공
과 철학적 잠언은 독자의 마음에 잔잔한 여운을 남긴다.
그의 나이도 이제 종심從心의 고개를 훌쩍 넘어섰다.
시집 『붉은 지붕』출간을 진심으로 축하하고 수산壽山
복해福海를 기원드린다.

월간 [문예사조] 신인상으로 등단. 한국문인협회, 한국미술협회, 국제펜클럽, 경기시인협회 회원, 오산시예총 회장.

서문
끝없는 구도자의 여정 13
시인의말
사는 이유 18
옛집에서
야상곡 21
붉은 지붕 22
시월의 어느 날 24
3학년 1반 26
옛집에서 28
겨울 밤비 30
고향 친구 32
접착제 34
헤어지며 36
이순 38
밤차 40
고향 42
고추를 말리며 45
마음만 간다 46
그 겨울의 찻집 48
성냥 50
구두를 보며 52
가을밤에 54
어찌 알 수 있을까 56
가을날의 노래
오는 봄 59
가을날의 노래 60
나이 들면 62
수제비 63
겨울이 오면 64
손짓 66
떨어져야 67
눈 내리는 오후 68
제 갈 길 간다 70
앞산 72
남해, 몽돌 74
평안 76
축복 77
겨울꽃 78
새벽종 80
광순이 82
봄 길에서 84
모래성
낙서 87
모래성 88
연어가 돌아오는 밤 90
전송 92
사람 꽃 94
하루를 살며 96
봄꽃 97
잎사귀만 무성한 나무 98
아침 기도 100
여름 낙과 102
정 찾아 104
작은 나무야 106
대표기도 108
아침을 맞으며 110
엠불런스 112
산다는 것은 114
직선 116
다시 오지 않는다 118
봄날 120
일탈 122
겨울 나그네
겨울 나그네 127
협주곡의 초대 130
행복하기 132
비우기 134
안개 깊은 밤 136
봄 길목에서 138
사랑은 140
GPS 141
너만 보인다 142
눈을 감으면 143
불 144
때를 따라 145
배 146
하늘 길 147
정착기 148
돌아오며 150
날 바라보는 눈길 152
진료 154
발문
순례자의 따뜻한 영혼, 아름다운 노래 159
강한석 展
강한석 展 17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