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속에 ‘나’는 사랑하는 여자를 상실하고, 평범한 일상을 살아갑니다. 여느 때와 같이 출근하려고 옷을 고르는 데, 우연히 한쪽 구석에 있는 카디건을 발견합니다. 무심코 그 카디건을 책상 위에 올려놓고 조용히 음악을 들으며 책을 읽습니다. 그리고 한 자락 바람이 카디건을 훑고 미세한 향기 조각을 실어옵니다. 향기를 맡는 순간 어떤 기억이 봇물처럼 터지고, 한순간 그의 세계는 와르르 무너집니다. 하지만 그렇게 무너지고 부서지면서도 이 향기에 집착합니다. 이 향기를 놓칠 수 없습니다. 이 향기는 그녀를 떠올릴 수 있는 마지막 조각이자, 그녀 그 자체이기 때문입니다. 향기를 들이마시면 황홀한 기억이 물결이 되어 밀려오지만, 그것이 밀려가고 남긴 것은 오직 그녀의 부재였습니다. 그 사실이 그의 마음을 강하게 뒤흔듭니다. 그는 과거에 그녀를 잃어버렸고, 자기 자신을 잃었습니다. 이 향기로 또다시 무언가를 잃을까 두렵습니다.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두렵습니다. 그러면서도 그녀의 향기를 붙잡아두고 싶습니다. 그녀를 단 한 번만이라도 보고 싶습니다. 그런 상반된 마음이 서로 치열하게 겨루며 무언가 어긋나고, 그를 낯선 세계로 데려갑니다. 이 소설은 무언가를 잃어버리고, 무언가를 찾아가는 과정을 그린 소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