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사랑하는 일은 생각보다 어색하다.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솔직하게 표현하면 되는데 그게 말처럼 되질 않는다.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는 게 어떤 것인지도 모르겠다. 머릿속을 휘젓고 다니는 그것들이 나인지, 생각이 없다면 나는 존재하는 것인지조차 알 수 없다. 완벽하게 나를 사랑하게 될 때 어쩌면 본연의 나를 확인하는 순간이 올지도 모르겠다. <br /><br />15년 전, 마음의 병이 일상생활을 망가뜨리기 시작했을 때 ‘내 마음 하나만 제대로 알아도 좋겠다.’ 생각했다. 그러나 그 마음 하나 알아내기가 어찌나 힘들던지, 내 마음을 내가 어쩌지 못해서 하루에도 몇 번씩 천국과 지옥을 오고 갔다.<br /><br />머릿속을 꽉 채운 그것들을 내던지기 위해서 온갖 노력을 다했다. 쓰레기통에 던져도 보고, 변기통에 쑤셔 박기를 여러 차례. 그래도 다시 그것들은 스멀스멀 기어 올라와 내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br /><br />생각을 안 할 수만 있다면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내가 만들어낸 생각에 스스로 파묻혀 죽어가는 형국이었다. <br /><br />‘어떻게 하면 제대로 살 수 있을까?’<br /><br />살고 싶었다. 생각의 노예가 아니라 나로 살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