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 동지를 지난, 눈이 며칠을 두고 나리어 짐승이나 사람이 행보하기 어려운 그런 날이었다.
홍류동 정류소에서 차를 나린 한 여인이 열 살 남짓한 계집애를 앞세우고 눈에 빠지며 절을 향해 걸었다.
올올히 떠는 여식에게 자기 목도리를 둘러주고 그도 명주 수건을 풀어 귀와 턱을 싸며,
그제야 절에 대한 사정을 물어보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