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따금 삶에 대해 생각해보곤 합니다. 우리 모두는 시간 속에서 각기 다른 이야기들을 써내려 갑니다. 행복한 순간만 있으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가끔은 헤매기도 하고 눈앞에 어둠만 가득해 아무것도 보이지 않을 때도 있습니다. 삶이란 참 이상해서 참을 수 없을 만큼 가볍기도 하고 견딜 수 없을 만큼 무겁기도 한 것 같아요.
글을 쓴다는 것은 이러한 삶을 종이 위에 그리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누구나 한번쯤은 글을 써 본 경험이 있을 것입니다. 어렸을 적 숙제로 일기를 써 보았거나, 혹은 사랑하는 이에게 편지로 마음을 전 해본 적이 있을 수도 있지요. 저는 이번에 이 책을 쓰면서 무언가를 애정 어린 시선으로 보아야 비로소 글을 쓸 수 있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저는 이 시선을 사랑이라고 표현하고 싶습니다. 길가에 핀 꽃을 묘사하려면 그 꽃이 어떻게 나에게 다가오는지 느껴야 합니다. 수도 없이 바라보면서 그 꽃이 품은 것들을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보듬어야 합니다. 다시 말하자면, 그 꽃을 사랑해야 합니다. 누군가를 그리려면 그 누군가를 사랑해야 합니다. 글은 자신의 삶으로부터 나옵니다. 하지만 하루하루를 살아내다 보면 나 자신을 포함해 주변 세계에 애정을 가지기 쉽지 않지요. 그럼에도 글을 쓰는 이유는 사실 삶을 사랑하는 것을 포기하지 못해서가 아닐까요.
이 책은 각자 다른 이야기를 가진 아홉 명이 모여서 만든 단편집입니다. 그저 흘러가는 삶의 어떤 순간을 글로 만들어 담고자 했습니다. 이 책이 당신의 하루에 잠시 머물러 가길, 그리하여 저희의 이야기가 작은 위안 혹은 쉼이 되길 바라면서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