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부터 차가운 비가 내리고 있었다. 날씨가 쌀쌀해지자 공주는 그 전보다 열심히 물거울을 보았다. 공주가 우산을 쓰고 물거울을 보며 버들치와 대화를 나누었다.</br>“비가 그치면 늦가을 하늘은 더욱 푸르고, 새하얀 뭉게구름이 두둥실 어디로 흘러가겠지. 새가 되어 뭉게구름 위에 앉아 멀리멀리 가고 싶어.”</br>날개가 말했다.</br>날개는 멀리 날아다니고 싶어 하는 버들치였다.</br>“어떻게 하면 그와 가까이 지낼 수 있을까?”</br>짝사랑이 말했다.</br>짝사랑은 잘생긴 물고기를 사랑하는 버들치였다.</br>잘생긴 물고기는 짝사랑을 싫어했다. 잘생긴 물고기는 사랑을 고백하며 쫓아다니는 짝사랑을 피해 돌 틈에 몰래 숨기도 했다. 짝사랑은 잘생긴 물고기를 사랑하는 것이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했다.</br>“낮에 하늘의 별이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하늘에 별이 없는 것이 아니지.”</br>별빛이 말했다.</br>별빛은 밤하늘 별을 바라보는 것을 가장 좋아하는 버들치였다.</br>(중략)</br>“마음이 뭐야?”</br>“생각하고 말하고 그리워하는 것이 마음이야.”</br>“오늘부터 마음으로 날아다니는 연습을 할게.”</br>날개가 물 밖으로 주둥이를 내밀었다.</br>“내가 못생겨서 잘생긴 물고기가 나를 싫어하는 걸까?”</br>짝사랑이 물었다.</br>“겉모습보다 마음이 아름다운 물고기가 잘생긴 것이야.”</br>“마음이 아름다운 것은 무엇을 뜻해?”</br>“누굴 사랑한다는 뜻이야.”</br>- 「맑은 웅덩이에 살고 있는 버들치」 중에서

강원도 춘천 출생
2001년 장편소설 『애마산』 출간
2002년 장편소설 『안개구름 낀 도시』 출간
2008년 장편소설 『청호반새』 출간
2017년 장편소설 『절벽에서 올라온 영양』 출간
제1회 교보문고 동화공모전 그래픽노블 원작 당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