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철은 어린양같이 고분고분히 다가섰다. 그러나 다음 말이 안 나왔다. 청인은 벌써 눈치를 챘는지 눈을 부리부리하며 대답 없이 딱 버티고 섰다.
“돈이 이것밖에 없소. 이것만 받고 내 모자를 맡아두오.”
“모라(*몰라)!”
하고 청인은 대번에 서슬이 퍼렇게 덤벼든다. 그는 벌써 유치장과 모진 매를 생각하고 진저리를 쳤다.
“당신이 돈이 어부서 왜 호떡이 먹었어! 모라! 우리 사라미(*사람이) 돈이 내!”
“여보, 돈이 이밖에 없소. 이 모자를 맡아두…….”
“안 돼! 돈이 내! 우리 사라미 모자 무신 일이 이서?”
청인은 벌써 허리춤을 움켜쥔다. 그리고 뭐라고 소리를 쳐서 자는 놈을 일으킨다.
“돈이 안 냈어, 파출소 가서! 나쁜 사라미.”
“그러면 이 양복을 잡아라. 내일 십전 가져와서 찾아갈 테다.”
“안 돼. 우리 모라! 우리 대국 사라미 대국 옷이 이서, 대국 모자 이서. 양복 옷이 무신 일이 이서. 우리 모라! 돈 어부서 파출소 가…….”
상철은 도리어 괘씸한 생각이 났다. 그만큼 사정을 하면 들어줌직도 한 일인데……. 하는 생각도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