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종종, ‘내 마음이 내 맘대로 안 된다’는 말을 하곤 합니다. 머리로는 아니라는 것을 알겠는데, 이 사람이 괜히 밉고 저 사람은 왠지 보고 싶습니다. 말 그대로, 먹고 살기 위한 생활(生活)을 해 나가는 중에 ‘감정’이라는 것은, 마치 생활비에서 문화 여가 활동비가 가장 뒷순위로 밀려나듯, 자주 뒷전으로 밀리는 부분입니다. 밀려난 내 마음은 어디로 갈까요? 어떻게 될까요? 몸으로 갑니다. 근육 속으로 숨어들어, 보이지 않게 꽁꽁 싸매고 단단하게 문을 걸어 잠급니다. 내장으로 들어갑니다. 콘크리트 벽을 두껍게 바르고 방공호 속으로 은신합니다.
몸은 이렇듯, 말없이 마음의 모든 것을 보고 담아줍니다. 몸은 일종의 ‘마음의 목격자’인 셈이지요. 어떤 사람에 대한 화, 짜증, 분노, 또 다른 사람에 대한 그리움, 볼 수 없는 괴로움, 혹은 어떤 죄책감. 그 모두를 지켜봅니다. 어깨 근육, 위장을 내어 모두 담아줍니다.
하지만 몸은 피와 살과 뼈로 되어있습니다. 오래간 긴장 하거나 무력한 상태가 지속되면 상하지요. 피가 잘 돌지 않고 조직이 병들며 신경에 교란이 생깁니다. 결국, 먹고 살기 위해 감정을 뒷전으로 미뤘던 선택의 결과가 무지막지한 병원비로 돌아옵니다. 먹고, 살기가 참으로 힘들어집니다. 그러면 이번에는 이렇게 얘기합니다. 패잔병처럼 초췌해진 몸을 향해, ‘이놈의 몸뚱어리! 이놈의 몸뚱어리가 내 맘대로 안 되네’. 오랜 세월 군말 한마디 없이, 뒷전으로 밀린 마음 다 받아주었더니, 푸대접도 이런 푸대접이 없습니다. 우리는 다시 몸을 다그칩니다. 빨리 나으라고, 먹고 살아야 한다고.
몸은 말로 다할 수 없이 서글픕니다. 비참하고, 분노도 치솟습니다. 하지만 몸은 말할 줄 모릅니다. 어디 기댈 곳도 없습니다. 몸은 마음을 있는 그대로 다 받아주었지만, 정작 갈 곳이 없네요. 어찌하면 좋을까요?
이제부터 이것에 관해 이야기하려 합니다. 몸의 목격자가 되는 방법, 마음의 목격자가 되는 방법. 시작합니다.

서문
1장 명상이란 무엇인가요?
2장 다리 없는 스키점프 선수와 함께한 요가
3장 우울증에 명상이 정말 좋을까? (I 편)
4장 우울증에 명상이 정말 좋을까? (II 편)
5장 몸의 고향
6장 육체라는 이름의 사원, 헨젤과 그레텔이 먹어치울 (I 편)
7장 육체라는 이름의 사원, 헨젤과 그레텔이 먹어치울 (II 편)
8장 육체라는 이름의 사원, 헨젤과 그레텔이 먹어치울 (III 편)
9장 우리의 오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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