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우내 나를 붙잡고 있던 끈적한 슬픔의 진흙에서
죽음이라는 연꽃이 고요하게 피어났다.
죽음의 과정이라는 것은, 이토록 찬란하고 아름다웠다.

누이와 둘이 사는 ‘마주’는 대부에게 장의사의 일을 배우고 있다. 그저 되는 대로 시신을 염하고 풍장을 지켜보던 어느 날, 몸이 약한 누이의 죽음을 목도한 후, 마주는 ‘죽음’에 매료된다. 누나의 시신이 썩어가는 모습을 아름답게 느끼며 죽음이라는 현상에 마음을 빼앗긴 마주. 누군가의 죽음을 바라보고 싶은 마음을 숨길 수 없게 되자 결국 마주는 대부로부터 파문당하고 장의사 일을 하지 못한 채 마을을 떠나게 된다.

사랑을 이야기하는 듯한 문체로 적어내는 죽음에의 고백
우리는 죽음과 어떻게 마주하고 있는가

사람이 무언가에 깊이 빠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그 대상이 죽음이라면 어떨까. 주인공 마주는 죽음이라는 현상을 넘어, 그 과정 자체에 매료되어 정신을 차리지 못한다. 하나밖에 없는 육친의 죽음에 슬픔을 느끼는 동시에 그 아름다움에 홀려버린 것이다.
사랑하는 이가 부패하는 과정에 매료되는 괴기함은 마주를 보통과 다른 광적인 존재로 만든다. 이는 누구에게라도 이해받기 힘든 마음이며, 마주가 대부에게 파문당하는 원인이 된다.
하지만 이 ‘이해받을 수 없음’은 친인을 잃은 사람의 마음을 대표할 수 있다. 친인의 죽음을 받아들이는 어려움과 절망을 누가 이해할 수 있을까?
작가는 풍장이라는 우리에게 생소한 장례 방식을 통해 죽음을 담담하고 격정적인 문장으로 적나라하게 보여줌으로써 우리가 죽음에 대해 가지는 관점을 비틀어 생각해 보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