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아버지>는 평범하고 단조롭게 흘러가던 제 일상에 닥친 변화를 그리고 있습니다. 여느 날과 다를 것 없었던 아침, 아버지가 숟가락을 제대로 쥐지 못하는 일, 물이 가득 든 컵을 떨어뜨리는 일, 아버지가 뇌경색 판정을 받은 이후 저와 어머니의 일상은 많은 것이 달라졌습니다.

사실 그전에는 뇌경색이 무엇인지 잘 몰랐습니다. 암, 심근경색, 뇌출혈 같은 불치병은 익히 알고 있었지만 뇌경색은 생소하기만 했으니까요. 어제까지만 해도 건강했던 아버지가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어버리는 일. 그 막막함 앞에서 뭘 어떻게 해야 할 지 몰랐습니다.

혼자서는 이 시간을 버틸 수 없을 것 같은 마음에 아버지의 투병기를 인스타그램에 기록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때 참 많은 분이 댓글로 마음을 나누어주셨습니다. 그 힘으로 겨우 버텨온 시간이었습니다. 제가 아버지의 크고 작은 변화들을 기록하는 동안 아버지는 눈을 감으셨습니다.

하지만 살아간다는 건 소중한 이를 떠나보낸 이후로도 계속되었습니다. 제게 여전히 생생한 아버지의 모습을 그간의 이야기를 기록으로 남기고 싶었습니다. 이 책은, 나를 낳아준 소중한 이의 아픔과 그 아픔까지도 지키고 싶었던 순간들을 끝끝내 지키지 못한 시간과 그럼에도 살아가고 있는 기록에 대해 담고 있습니다.

2020
2021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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