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언

이제 나는 이 세상을 스쳐 지나가듯이 왔다 가진 않을 것이다.
주어진 것들을 다 누리며 살아가려고 한다. 비록 가진 것이 병든 몸이고 망가진 마음이지만, 그래도 전쟁터에서 살아남은 것처럼 남은 것을 소중히 여기며 최대한 누리며 모두다 소진하면서 살아가고 싶다.

나는 어린 시절이 참으로 행복한 아이였다. 왜 행복했는지는 잘 모른다.
아침 해 뜨기 전부터 저녁 해 진 후까지 동네 친구들과 그냥 놀았다.
하루가 모자라 내일 또 놀아야 했다. 내일도 모자라 또 내일에도 놀아도 모자랐다.
다 재미있었고 행복했다. 겨울이 되어 손등이 다 갈라져 밤이 되면 아프다고 하면서도 다음 날 아침이면 나는 벌써 친구 집 대문 앞에서 친구를 부르고 있는 것이다.
놀랍고 신기하고 호기심을 자극하고 즐거움을 마음껏 주는 것들로 세상은 꽉 차 있었던 것이다.

이제 다시 70이 넘어서야 그 이유 없는 행복과 즐거움이 어디에서 나오고 있는지를
알게 된 것 같다.
그래서 이제는 어린 시절에 누리었던 그 행복과 즐거움을 새롭게 글을 쓰면서 다시 누리고 있는 것이다. 어린 시절에는 두서없이 이러저리 친구들과 어울리면서 놀기만 했지만, 이제는 그 행복과 기쁨의 근원을 알게 되고 내 자신 스스로가 그 근원이 되어 살아지는 것이다.

신은 나에게 무자비하게 천둥번개처럼 마음에 구멍을 냈고 몸을 망가지게 했다.
5년이 지난 지금도 그 후유증이 남아 그것을 고스란히 받으며 살아간다.
런데 그 무거운 짐들 속에서 나에게 심견진 경이롭고 아름답고 기이한 빛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바로 나의 진정한 자아였다.

몸과 마음의 어떠함이 나였던 삶에서 마음 너머에 있는 a living being이 바로 나로 알아진 것이다. 이것은 바로 현존 의식이었다. 이것을 보여주기 위해 나의 어려웠던 지나온 나날들이 필요했던 것 같다. 내가 지금까지 살아 있는 것은 내 몸과 마음에 찾아온 a living being이라는 현존의식을 이 망가진 몸과 구멍 난 마음으로라도 경험하도록 한 신의 배려 같다.
그래서 난 a living being의 놀랍고 신기하고 경이로움을 마음껏 즐기면서 내가 가는 길을 세세하게 거의 매일 글로 나타내면서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기력이 다 소진하여 다 놓고 떠나가야 하는 날이 올 것이다.
그때까지 지금 이 순간 순간을 현존의식인 a living being으로 살아갈 것이다.
이글들을 읽는 분도 인생의 존재적인 진실인 진정한 자신이 발견되길 바란다.
2021 09 07

차 례


1. 본질은 직관적으로만 파악할 수 있다
2; 언어로 표현이 안 되는 세계
3. 두 가지 '나'의 조화
4. 누구에게나 다 있는 것으로 살아있음 (Aliveness)
5. 마음에서 텅 빈 공간으로
6. 떨어지는 빗방울을 맞으며
7. 바로 있음(being)이고 살아 있음(a living being)이다
8. 이미 깨달은 삶을 살고 있는 분들
9. 알아차림으로 인하여 얻는 것
10. 삶의 상황이 아닌 삶
11. 진정한 자기 자신이 되는 것
12. 단장(斷腸)의 아픔
13. 에고의식에서 메타의식으로 전환
14. 의식(意識)은 “마음 너머에 있는 소리를 아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