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날은 홈런도 없는 야구에 관하여

제목에서부터 재미있는 상상력을 가능케하는 하린의 시집이다. 팡팡 뛰는 감각적 경험과 사유를 언어로 표현해 주목을 끈다. 시에서 나타나는 사회적 상상력은 이전의 사회적 상상력이 간과한 현실의 세목과 다양한 모순, 새로운 시적 탐구의 가능성 등을 끌어안는 것이라는 점에서 커다란 의의를 갖는다는 평론가의 말처럼 시인은 트렌디한 문화 코드와 성 코드를 양 날개로 삼아 가난한 삶의 기억을 끌어내는 동시에 특유의 풍자와 상상력으로 어두운 자본주의의 터널을 그려내고 있다.

어쩌면 야구공을 던지는 방식에는 정답이 없다. 던질 때마다 다른 방식으로 날아가는 야구를 그려내고 그 차이점을 끈질기게 포착하여 시적 언어로 봉인하는 하린 시인의 시적 능력이 차라리 정답에 가깝게 느껴진다. 책을 통해 시인이 바라본 현 시대의 사회모습과 고름 같은 사유를 만날 수 있다.

제1부

야구공을 던지는 몇 가지 방식
어머니의 저항
자유로에서
쥐덫
은하철도 999를 탄 사나이
유리 상자
밤마다 바나나를 깐다
룰루랄라 풍금 풍금
짧은 저녁의 시
붉은 욕조
보급소의 노래
재개발지구
사막 속에 고래가 산다
뼈는 자란다
순서의 순서

제2부

바람의 부르튼 심장처럼
유리는 나쁘고 모래는 착하다
켈로이드
묘혈
H씨 죽음을 수령하다
죽음을 설계하다
8일째 날―암흑의 낮을 통과하다
신문, 맛있게 편집하다
보들레르
방아쇠를 당기다
불새
빙점
나나와 함께, 흐린 밤
시체놀이

제3부

아웃사이더
패스트푸드
날개를 접다
흰 가운에 대한 기억
백색 살인
세한도
시체들의 밤
태양물고기
이부탐춘
북쪽에 대한 물음
서울역 석실 고분
위암은 말한다
음역
양은냄비

제4부

온몸이 전부 나사다
카페 ‘아프리카’
말 달리자, 예수
폭우
설총
광어 한 마리 9900원
낙서공화국
동행
관을 말하다
아고라―늙은 개
싸가지 없는 혀의 소극적인 변명
슬픔의 엉덩이
정신병원이 있는 그림
2시엔 김기덕이 온다

해설 | 홍신선
혼미한, 그리고 난해한 마술의 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