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 한 마리를 받아 안았을 때 책임의 문제가 생긴다. 한 생명에 대한 책임. 눈을 맞추고 서로 알아보고 쓰다듬고 꼬리를 흔들면서 관계가 시작된다. 주인에게 부득이한 일이 생겨 키울 수 없을 때, 누군가가 그 강아지를 따뜻하게 받아 안으면 그가 새 주인이고 한 생명에 대한 책임을 넘겨받는다.
조카가 선물로 보내준 강아지. 어느 날 배달원이 초인종을 누르고 다짜고짜 들어와 철망을 치고 종이상자에서 쥐만한 하얀 강아지 한 마리를 꺼내 놓고 갔다. 선택의 여지없이 거실 한복판에 들어와 꽂힌 강아지.
내가 키운 강아지 흉보기의 주인공 이름은 강.아.지. 성은 강이요, 이름은 아지. 홍길동 아닌 게 어딘가. 강아지 성질은 주인을 닮는다고 강아지 흉을 보는 건 결국 제 흉을 보는 것이므로, 결국 이 글은 일종의 자기반성이다.
많은 사람이 개나 고양이를 기운다. 키우던 생명을 더 이상 책임질 수 없게 되었을 때 사람들은 어떻게 할까? 키울 수 없는 사연도 다양하다. 그렇게 버려지는 유기견은 한 해에 10만 마리 가까이 된다고 한다. 유기견들은 유기견 보호소로 보내져 주인이 찾으러 오든지 새 주인을 만나든지 아니면 안락사를 당한다.
한때 사랑받았던 강아지라도 주인을 잃거나 버려지는 순간 머지않아 죽음에 직면해야 한다. 주인과 끈이 떨어진 개에게 세상은 가혹하다. 그러나 각박한 세상이지만 사람들 마음속에 생명에 대한 따뜻한 마음은 살아 있다. 버려진 생명을 보살피는 사람들도 있다.
그나저나 강아지들은 그냥 태어난 곳 엄마 밑에서 형제들과 뛰어놀며 제 명대로 잘 살다가 늙어 죽을 순 없을까?
이 책에는 강아지를 키우면서 느낀 생명에 대한 책임과 사랑에 대한 소소한 이야기가 실려 있다. 애견인 천만 인 시대, 인간과 강아지가 어우러져 사는 세상이다. 집집마다 이런 강아지 한마리쯤 있지요?

머리말

01. 행복
02. 길들이다
03. 강아지, 안녕?
04. 근심이 서성이네
05. 척하다
06. 옆집 개
07. 또 옆집 개
08. 하치이야기
09. 반기다
10. 환기
11. 인물값
12. 성깔(1)
13. 성깔(2)
14. 사랑
15. 짖다
16. 수술
17. 놀다
18. 먹이
19. 잠자기
20. 온순함과 뻗댐(1)
21. 온순함과 뻗댐(2)
22. 온순함과 뻗댐(3)
23. 낙
24. 장난감
25. 불한당
26. 집과 밥그릇과 목줄
27. 눈과 귀
28. 혓바닥
29. 발버둥(1)
30. 발버둥(2)
31. 명령
32. 대화를 하자고요
33. 3월
34. 4월
35. 이별
36. 안부
37 후회
38. 또 사랑
39. 생명
40. 밥
41 움직이는 것들
42. 길 위에서

에필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