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으로부터의 자유! 슬픔은 언제나 평화 속에서 온다. 나는 2017년 4월 20일 다시금 죽음의 문턱에 다가섰다. 그 죽음의 문턱은 내게는 네 번째의 경험이었다. 정말 두 번 다시 겪고 싶지 않은 죽음의 칼날은 네 번째 그러나 다행히도 나의 목덜미를 스쳐갔다. 그 칼날을 쥐고 흔든 운명의 신은 매번 그러했듯이 죽음까지 매섭게 몰아붙인 뒤 다시금 나를 살려주었다. 허나 이 글을 쓰고 있는 2017년 10월 21일, 벌써 6개월이나 지났지만 그 죽음의 상처는 내 얼굴 곳곳과 온 몸에 짙은 생사의 그림자를 남겼다. 이 책은 지금까지 내가 겪은 네 번의 죽을 고비를 다루고 있다. 비록 그 죽음의 칼날이 매우 날카로웠지만 그래서 남긴 상처가 매우 깊지만 그럼에도 기적처럼 내가 살아남은 그런 나의 이야기. 죽음으로부터의 자유를 갈망한 그런 자의 이야기다.
“그래, 의식을 잃으면 안 된다. 난 살아야 한다.” 나는 희미해져가는 나의 의식을 부여잡으며 본능적으로 바닥에 떨어진 내 이빨들을 내 손으로 쓸어 잡았다. 빠진 이빨은 모두 날카로운 뿌리까지 길쭉하게 잇몸에서 빠져있었다. 턱이 박살나고 잇몸이 뒤로 밀리면서 잇몸에서 그대로 뿌리 채 뽑힌 상태였다. 본능적으로 내 이빨들을 쓸어서 내 바지주머니에 넣었다. 잃을 수 없었다. 21쪽
나는 이 날의 사고가 있기 전 지난 10년 이상 언어장애인으로 살아왔다. 나는 얼굴뼈를 포함하여 입안의 잇몸이 반 이상 없다. 나의 왼쪽 얼굴은 껍데기 피부만 있고 그 속은 고스란히 비어 있다. 피부를 푹하고 누르면 그냥 꺼져 버린다. 이 책을 끝까지 읽어 보면 그 이유를 알 수 있지만 2006년 장장 12시간에 걸친 대수술을 통해 생명은 연장 또는 구했지만 덕분에 이렇게 돼버렸다. 22쪽
난 이 날의 사고 전 이미 안면기형장애인이고 언어장애인이며 상악동암이라는 희귀암을 앓고 있는 암환자이기도 했다. 장애와 중병을 모두 가진 비극적인 운명인 사람이었다. 그래서 내게는 이토록 빠진 이빨이 소중할 수밖에 없었다. 지난 10여 년 이상 남아있던 그 이빨들이라도 있었기에 세상과 소통할 수 있었고 덕분에 살 수 있었다. 나는 그렇게 살아왔다. 다시 그 날의 사고로 돌아가자. 24쪽
피는 여전히 목구멍으로 꿀떡꿀떡 넘어왔다. 그래도 끝까지 위대하게 대처하리라. 위대한 비극배우로 그렇게 세상에 기억되리라. 그렇게 밤새도록 다짐하며 내 의식을 붙잡았다. 시뻘건 핏덩어리를 마셔가며 그렇게 달려 마침내 나는 아침 8시경 서울의 한 대학병원 응급실로 이송에 성공했다. 의식은 뚜렷한 채 그대로. 차라리 위대한 비극배우가 돼야겠다는 마음뿐이었다. 나는 살 수 있는가? 37쪽
뼈는 대략적으로 맞춰졌지만 남겨진 문제는 심각했다. 2006년의 상악동암 수술로 이미 왼쪽 광대뼈 이하 부위와 상단의 왼쪽 이빨 전부를 제거하였기에, 남아있던 오른쪽 위아래 잇몸과 이빨로만 음식물을 먹어왔던 나이기에, 이제 이번의 사고로 남아있던 오른쪽 하단의 이빨들과 앞니 전부를 잃어버렸으니 앞으로는 아예 씹을 수 없게 되었다. 49쪽
죽음으로부터의 자유. 중환자실에서 5일째 밤이었다. 사경을 헤매다가도 마약이라 불리는 모르핀이 내 몸에서 약간 빠져나가는 그 잠깐의 의식이 돌아오는 순간, 번뜩하고 지나간 생각이었다. 너무나도 힘들었던 것일까? 이제는 틈날 때면 아니 잠깐 잊을만하면 내 목줄을 잔인하게 조르는 그 죽음의 운명으로부터 영원히 탈출하고 싶었다. 벌써 네 번째 중환자실에서의 사투였다. 그래서 이제는 그렇게 자유롭고 싶었다. 59쪽
가족들은 수술방 입구부터 복도를 따라 앞으로 쭉 이동하는 그 이동침대를 뒤에 남아서 지켜보면서 실려 가는 환자의 외로운(?) 뒤 모습만 기억에 남길 수 있다. 이제 돌아올 때까지의 그 운명은 고스란히 환자 그 자신의 몫으로 남는다. 누군가는 살아오고 누군가는 실패한다. 72쪽
인생의 목적은 행동에 있음이 분명하다. 중환자실에서 5일의 시간을 보냈다. 온 몸을 꼼짝도 하지 않은 채 그곳의 가장 위중한 1번 환자로서 그렇게 버텼다. 이번 중환자실에서도 누군가의 소중한 가족임이 분명한 그런 사람에 대한 ‘익스파이어’라는 사망선고가 내 귀에 어김없이 들려왔다. 76쪽
“움직이지 않으리라! 절대로 움직이지 않으리라!” “움직이지 않으리라! 절대로 움직이지 않으리라!” 인간은 이렇듯 자신의 목적에, 자기 인생 목적에 충실할 필요가 있다. 그런 행동을 할 필요가 있다. 그래서 인생의 목적은 행동에 있음이 분명하다. 95쪽
새벽의 경이로운 별빛처럼 쏟아지겠다! 입안으로 핏물이 쿨럭 쿨럭 솟구칠 때 실패의 두려움 속에서 그 솟구치는 피를 쏟아지는 별빛에 비유하면서 마음을 다잡았다. 몸을 움직이지도 못했고 단순한 지혈만을 통해 가만히 지켜보기만 해야 했기에 의료진이든 누구든 그 결과를 어느 누구도 장담할 수 없었기에, 그래서 성공여부는 오로지 하늘에 달려있었기에 나는 내 자신만을 믿을 수밖에 없었다. 99쪽
왼쪽 눈알은 살렸지만 얼굴의 반쪽을 잃은 채 살 수 있었다. 악성종양이 발생한 상악동 부위 전부를 통째로 들어내는 수술을 받았다. 왼쪽 입안의 천장 반과 왼쪽 광대뼈 안의 모든 뼈와 살과 조직을 전부 적출하여 겨우 살 수 있었다. 그리고 수차례의 항암치료 및 방사선치료 끝에 언어장애와 안면기형장애인이 되었다. 그때도 무척 갑작스러우면서도 아주 평화롭게 날카로운 죽음의 비수는 내 옆구리를 찔렀다. 113쪽
그렇게 재발이나 전이를 두려워했건만 그 죽음의 비수는 또 다시 나의 목숨을 앗아가고자 다가왔다. 무척 평화롭게 하지만 매우 갑작스럽게. 3개월마다 해왔듯이 ‘별일 없겠지’라는 마음으로 검사에 임했고 결과는 참담했다. 전이였다. 그것도 생존확률이 가장 낮은 쪽에 속하는 폐로의 전이. 이른바 폐암선고였다. 114쪽
극도의 고통. 폐암 수술을 통해 옆구리 갈비뼈를 벌리고 나면 그 고통이 매우 크다. 특히 흉관이라는 핏물이 빠지는 관을 갈비뼈 사이의 폐 수술한 자리를 통해 몸에 꽂아두어 기침이나 심호흡을 할 때마다 극심한 고통이 따른다. 절개한 수술부위의 통증도 물론이다. 유사한 고통이라면 쇠막대기로 옆구리를 거칠게 마구 쑤신다고 생각하면 된다. 그 고통 때문에 반드시 해야 하는 심호흡과 기침을 하는 것이 두려울 정도다. 128쪽
보통 항암제를 투여 받으면 그날 하루 종일 시체처럼 누워만 있게 된다. 힘이 없어서다. 식욕도 없어지고 깊은 연못 속에 가라앉듯 침대 속에 온몸이 깊숙이 빠져들 듯이 그렇게 힘이 빠지면서 눕게 된다. 얼마나 기운이 없고 힘이 빠지냐면 자다가 자신도 모르게 소변을 지리기도 한다. 침대가 흥건해질 정도인데 그럼에도 스스로 인지하지 못하고 마치 죽은 사람처럼 그대로 잠들어있다. 296쪽

머리말 5
제1부 죽음으로부터의 자유 13
: 네 번째 사망선고 13
죽음의 칼날은 면도칼처럼 날카롭다 15
비참한 희극배우가 되어 25
산다는 것 그것은 치열한 싸움이다 30
차라리 위대한 비극배우가 돼야겠다 35
삶은 꿈인가 죽음은 깨달음인가 38
55조각의 분쇄골절부터 할 수 밖에 없다 41
피와 뼈 그리고 살아야한다 44
사람이 죽는 것은 언제나 늦어야 한다 47
나는 내게 주어진 그 임무를 완수하기로 했다 51
죽음으로부터의 자유 59
지면 죽으니까 66
누군가는 살아오고 누군가는 실패한다 70
절대로 절대로 고개를 돌려서는 안 된다 73
중환자실에서의 사투! 인생의 목적은 행동이다 76
중환자실에서의 사투! 인생의 목적은 행동인가 85
새벽의 경이로운 별빛처럼 쏟아지겠다 96
기대가 크면 충격은 더 큰 법이다 102

제2부 희망은 절망을 앞선다 111
: 세 번째 사망선고 111
나는 죽음을 거절한다 113
희망은 절망을 앞선다 119
나는 산 자인가 죽은 자인가 125
반항하면서 그리고 격렬히 저항하면서 죽겠다 129
나는 내 운명을 배신하리라 141

제3부 살아있는 자의 죽음 149
: 두 번째 사망선고 149
과거에 집착하면 매일 조금씩 죽게 된다 151
행복으로의 초대 155
행복의 층계는 미끄럽다 158
나의 운명의 나침반은 어디로 향하는가 163
지옥체험, 저 곳으로 가면 안 된다 165
불빛이 있는 곳에 왔을 때 비로소 지옥을 보았다 169
살아있는 자의 죽음, 얼굴 반 들어내기 173
그 웃음은 태연함을 가장한 슬픔이었다 176
과연 왼쪽 눈알을 살릴 수 있느냐 182
극도의 슬픔은 오래 지속되지 않는다 185
얼굴뼈의 반이 없는 상태로 돌아왔다 191
이틀간 비극과 이유 없는 시비가 시작되었다 196
인간은 결국 본능에 충실한 존재다 201
내 운명이 비극이라 할지라도 웃음을 잃고 싶지 않다 207
내 너를 조금 덜 아프게 해주마 209
절망이란 어리석은 자의 결론이다 213
힘들어도 어차피 할 일이라면 한 번에 먼저 끝내라 219
차라리 죽는 것이 더 편안하지 않을까 221
난 그렇게 스스로 죽어 가고 있었다 226
시련이 인내를 만들어 낸다 228
내가 앞으로 어떤 운명을 선택할지 스스로도 궁금하다 235
자신의 운명의 별은 어디에 있는가 240
삶으로의 나침반을 찾아서 244
세상 누구도 자신과 다르다는 이유로 누군가를 차별해서는 안 된다 249

제4부 행복으로의 초대 255
: 첫 번째 사망선고 255
지배당하지 않는 자 257
강철의지 268
울음이 행복에 겨운 울음이 된다면 미소보다 더한 것이다 273
삶은 단 한번뿐이다 285
인생이란 운명이 가득담긴 술잔이다 289
죽음의 칼날은 갑자기 소리 없이 찾아온다 294
또 다시 행복으로의 초대 307
사자의 꿈, 난 산자인가 죽은자인가 323

저자소개 347
저자 인터뷰 359
참고문헌 36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