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곳에서 마주한 낯선 생각들을 그리고 그리다.

《그리고, 그리다》는 여행 에세이지만 사진은 없다. 여덟 명의 작가가 여행지에서의 경험, 떠오른 생각, 느낀 감정 등을 정리했다. 고스란히 작가의 글에만 의지해서 낯선 공간을 머릿속에 그려보자. 어느 순간 작가와 함께 낯선 곳을 여행하는 당신이 있을 것이다.

“여행 가고 싶어” “어디로?”
“그냥 아무데나 멀리.”

여행은 공간을 바꾼다는 것, 그 이상의 의미가 있다. 내가 서 있는 땅이, 나를 감싸는 풍경이, 내 속으로 들어오는 공기가 달라지는 것이지만, 손끝과 발끝으로 전해지는 새로운 촉감은 무뎌진 내 신경을 깨우고, 눈으로 끌어들인 빛은 내 가슴까지 비춘다. 그리고 크게 들이 쉰 들숨은 날숨이 되어 머릿속에 고여 있던 복잡한 잡념까지 날려 버린다. 이것이 이들이 그곳을 그리는 이유다.

여행과 글은 민낯을 만나게 된다는 점에서 닮았습니다. 어디로 떠나든 돌고 돌아서 결국 진정한 나와 만나는 게 좋았습니다. 화장기 없는 얼굴을 마주할 때면 어색 했지만, 한편으로는 자신도 몰랐던 새로운 면을 발견하는 게 신기하기도 했습니다. 사라져 버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할 만큼 스스로가 미울 때도 있지만 그럼에도 당신의 여정은 가치 있습니다. 우리는 모두 저마다 다른 순례자의 길을 가고 있으니까요. 남들과 비교하지 않아도 나의 길은 존재만으로 빛이 납니다. - 본문 중에서

《그리고, 그리다》 속 사연은 우리가 흔히 겪을 수 있는 평범한 이야기다. 설렘 가득한 짝사랑의 고백이 좌절로 끝나자 도망치듯 떠난 프라하로 떠난 주인공, 인생의 큰 결정을 앞둔 가족들이 떠난 스페인에서 마주하게 된 노년의 엄마와 중년의 딸, 그리고 중년의 아빠와 사춘기 아들, 학생과 사회인의 사이에서 방황하던 중 떠나게 된 첫 유럽 여행에서 깨달은 그녀만의 여행의 기술 등 흔하면서도 각자 다른 인생을 살아가는 8명의 작가들이 쓴 각자의 여행 이야기는 글마다 개개인의 감정과 감상이 개성 있게 녹아 있다.
순서는 상관없이 그냥 스르르 펼쳐보다가 마음에 드는 여행지를 선택하여 그 장부터 읽어보자. 한 나라를 여행하는 데 필요한 시간은 10~15분이다.
자, 이제 여행지에서 갓 충전해 온 순수함과 생기를 함께 만끽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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